'필리핀 공무원 파견' 외국인 계절노동자와 공생사회 가꾸는 거창군(1)
필뉴스
쪽지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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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08:39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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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널린 발고스(오른쪽 둘째) 씨가 21일 통역을 담당하는 퍼난데스 제널린(맨 오른쪽) 씨와 함께 자국 계절노동자들이 일하는 거창지역 딸기하우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거창군 필리핀 노동자 472명 올해 고용
전담공무원 푸라시 파견 지원해 관리 맡겨
'브로커'개입 차단해 문제 개선해 나가
4월 입국한 담당자 거창서 근무하며 지원
함께 거주하며 고충 파악 해결·인권 보호
농촌소멸 시대 상생길 찾는 다양한 정책 성과
지방자치단체마다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풀고자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앞다퉈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 체불과 폭행·갑질 문제, 무단이탈 문제가 불거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창군은 외국인 계절노동자와 공생사회를 꿈꾸며 일명 '브로커'라 불리는 인력 중개인을 없앴다. 인력을 보내는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을 초청해 노동자 권익을 살피도록 하고, 정착한 결혼이민자를 통역 겸 고충해결사로 고용해 상생하는 길을 찾고 있다. 이런 정책은 빛을 발하고 있다.
◇거창에 온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거창에서 일하는 푸라시 계절노동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거창군 계절노동자 고용상담실에서 만난 널린 발고스(34) 씨는 케이팝과 케이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이다. 한국어를 공부한 덕에 특별 채용돼 올해 4월 거창으로 왔다. 발고스 씨는 계절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타국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자국 노동자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데,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인권보호 업무도 수행한다. 발고스 씨는 계절노동자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 스무 살 차이 나는 필리핀 결혼이민자 두 명이 '언니'가 돼 그를 돕고 있다.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널린 발고스(오른쪽) 씨와 통역 담당 퍼난데스 제널린 씨 /김태섭 기자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널린 발고스(오른쪽) 씨와 통역 담당 퍼난데스 제널린 씨 /김태섭 기자
발고스 씨는 계절노동자가 병원을 갈 때 동행한다. 그가 접수와 수납 등을 돕고, 통역이 계절노동자의 증상을 의사에게 설명해 원활하게 진료를 볼 수 있게 한다. "계절노동자들이 비싼 병원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거창군이 건강보험 혜택을 지원해 부담없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싸고 진료 시간이 긴 필리핀 병원과 비교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계절노동자를 차별하지 않고 대우하는 모습에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거창에서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어 노동자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기숙사 등 생활환경도 좋고, 무엇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아 계절노동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발고스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도 거창군 계절노동자 처우가 알려지며 대기 중인 노동자가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개인에게 임금을 착취당할 일 없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과 후 기숙사에서 계절노동자들과 어울리며 고충을 파악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통체계를 구축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는 사소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경상도 말투는 톤이 높아 계절노동자가 위협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통역과 함께 소통하다 보면 곧바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발고스 씨는 고용 농가와 계절노동자 사이 갈등은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폭행과 갑질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소멸하는 농촌의 이웃 계절노동자 = 발고스 씨는 자신들을 따뜻하게 반겨준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간혹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땐 몹시 위축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계절노동자를 있는 그대로 이웃으로 맞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널린 발고스(오른쪽 둘째) 씨가 21일 통역을 담당하는 퍼난데스 제널린(맨 오른쪽) 씨와 함께 계절노동자들이 일하는 딸기하우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널린 발고스(오른쪽 둘째) 씨가 21일 통역을 담당하는 퍼난데스 제널린(맨 오른쪽) 씨와 함께 계절노동자들이 일하는 딸기하우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계절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거창군이 올해 7월과 8월 계절노동자 고용 농가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재채용 의사를 묻는 조사에서도 97%가 긍정적이었다.
이민호 거창군 농촌일손담당은 "지역소멸 시대 농촌은 외국인 이웃을 포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사람들이 떠난 농촌에서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계절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계절노동자를 고용한 한 농장주도 "청년들이 떠난 농촌에 30~40대 아들뻘 되는 계절노동자들이 들어와 농촌에 활기가 돈다. 단순히 일을 돕는 이들이 아니라 소멸하는 농촌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발고스 씨는 많은 계절노동자가 거창군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으면 이들의 생산과 소비활동도 당연히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거창군 일대 농업노동자 일당이 한때 17만 원을 넘긴 때도 있었지만 2022년 13만 원, 2023년에는 11만 원으로 하락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형 계절노동자 일당은 8만~9만 원 선이다. 치솟는 생산비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 거창의 계절노동자는 2022년 246명에 이어 2023년 322명, 2024년 472명이 농촌에서 일했다. 내년에는 대폭 늘려 686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공생 사회 꿈꾸는 거창군 = 거창군은 시행착오 끝에 계절노동자를 맞고 있다. 202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하며 인력 중개인을 거쳐 계절노동자를 고용했다. 하지만, 무자격 계절노동자 입국을 주선하며 계절노동자들이 농사일을 했던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며 비자를 신청하는 등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거창군 담당 업무를 맡은 계약직과 짜고 계절노동자 급여 통장을 빼앗아 수천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중개인은 외국에 머물며 법을 피해 다니다 잡혀 올해 5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군은 인력 중개인부터 없앴다. 임금 중 상당한 금액이 중개비 명목으로 갈취되는 사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필리핀 푸라시와 중개인을 없앤 업무협약을 했으며, 중개인을 대신해 거창군 공무원이 직접 푸라시를 찾아 계절노동자 선발과 입국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발고스 씨와 결혼이민자 통역원들이 간단한 상담부터 인력 신청과 인솔, 통역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군은 공생 사회를 꿈꾸며 기숙사를 지었다. 거창읍 대평리에 지은 4층 규모 농업근로자기숙사 개관도 앞두고 있다. 공공형 계절노동자들이 우선 입주해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는 18호실로 4인 1실로 운영되는데, 전국에서 제일 크다. 사무실·교육장·편의시설이 갖춰졌고, 방마다 주방시설과 세탁기·건조기도 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www.idomin.com)
거창군 필리핀 노동자 472명 올해 고용
전담공무원 푸라시 파견 지원해 관리 맡겨
'브로커'개입 차단해 문제 개선해 나가
4월 입국한 담당자 거창서 근무하며 지원
함께 거주하며 고충 파악 해결·인권 보호
농촌소멸 시대 상생길 찾는 다양한 정책 성과
지방자치단체마다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풀고자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앞다퉈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 체불과 폭행·갑질 문제, 무단이탈 문제가 불거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창군은 외국인 계절노동자와 공생사회를 꿈꾸며 일명 '브로커'라 불리는 인력 중개인을 없앴다. 인력을 보내는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을 초청해 노동자 권익을 살피도록 하고, 정착한 결혼이민자를 통역 겸 고충해결사로 고용해 상생하는 길을 찾고 있다. 이런 정책은 빛을 발하고 있다.
◇거창에 온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거창에서 일하는 푸라시 계절노동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거창군 계절노동자 고용상담실에서 만난 널린 발고스(34) 씨는 케이팝과 케이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이다. 한국어를 공부한 덕에 특별 채용돼 올해 4월 거창으로 왔다. 발고스 씨는 계절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타국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자국 노동자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데,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인권보호 업무도 수행한다. 발고스 씨는 계절노동자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 스무 살 차이 나는 필리핀 결혼이민자 두 명이 '언니'가 돼 그를 돕고 있다.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널린 발고스(오른쪽) 씨와 통역 담당 퍼난데스 제널린 씨 /김태섭 기자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널린 발고스(오른쪽) 씨와 통역 담당 퍼난데스 제널린 씨 /김태섭 기자
발고스 씨는 계절노동자가 병원을 갈 때 동행한다. 그가 접수와 수납 등을 돕고, 통역이 계절노동자의 증상을 의사에게 설명해 원활하게 진료를 볼 수 있게 한다. "계절노동자들이 비싼 병원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거창군이 건강보험 혜택을 지원해 부담없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싸고 진료 시간이 긴 필리핀 병원과 비교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계절노동자를 차별하지 않고 대우하는 모습에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거창에서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어 노동자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기숙사 등 생활환경도 좋고, 무엇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아 계절노동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발고스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도 거창군 계절노동자 처우가 알려지며 대기 중인 노동자가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개인에게 임금을 착취당할 일 없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과 후 기숙사에서 계절노동자들과 어울리며 고충을 파악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통체계를 구축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는 사소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경상도 말투는 톤이 높아 계절노동자가 위협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통역과 함께 소통하다 보면 곧바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발고스 씨는 고용 농가와 계절노동자 사이 갈등은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폭행과 갑질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소멸하는 농촌의 이웃 계절노동자 = 발고스 씨는 자신들을 따뜻하게 반겨준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간혹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땐 몹시 위축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계절노동자를 있는 그대로 이웃으로 맞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널린 발고스(오른쪽 둘째) 씨가 21일 통역을 담당하는 퍼난데스 제널린(맨 오른쪽) 씨와 함께 계절노동자들이 일하는 딸기하우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널린 발고스(오른쪽 둘째) 씨가 21일 통역을 담당하는 퍼난데스 제널린(맨 오른쪽) 씨와 함께 계절노동자들이 일하는 딸기하우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계절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거창군이 올해 7월과 8월 계절노동자 고용 농가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재채용 의사를 묻는 조사에서도 97%가 긍정적이었다.
이민호 거창군 농촌일손담당은 "지역소멸 시대 농촌은 외국인 이웃을 포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사람들이 떠난 농촌에서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계절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계절노동자를 고용한 한 농장주도 "청년들이 떠난 농촌에 30~40대 아들뻘 되는 계절노동자들이 들어와 농촌에 활기가 돈다. 단순히 일을 돕는 이들이 아니라 소멸하는 농촌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발고스 씨는 많은 계절노동자가 거창군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으면 이들의 생산과 소비활동도 당연히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거창군 일대 농업노동자 일당이 한때 17만 원을 넘긴 때도 있었지만 2022년 13만 원, 2023년에는 11만 원으로 하락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형 계절노동자 일당은 8만~9만 원 선이다. 치솟는 생산비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 거창의 계절노동자는 2022년 246명에 이어 2023년 322명, 2024년 472명이 농촌에서 일했다. 내년에는 대폭 늘려 686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공생 사회 꿈꾸는 거창군 = 거창군은 시행착오 끝에 계절노동자를 맞고 있다. 202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하며 인력 중개인을 거쳐 계절노동자를 고용했다. 하지만, 무자격 계절노동자 입국을 주선하며 계절노동자들이 농사일을 했던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며 비자를 신청하는 등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거창군 담당 업무를 맡은 계약직과 짜고 계절노동자 급여 통장을 빼앗아 수천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중개인은 외국에 머물며 법을 피해 다니다 잡혀 올해 5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군은 인력 중개인부터 없앴다. 임금 중 상당한 금액이 중개비 명목으로 갈취되는 사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필리핀 푸라시와 중개인을 없앤 업무협약을 했으며, 중개인을 대신해 거창군 공무원이 직접 푸라시를 찾아 계절노동자 선발과 입국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발고스 씨와 결혼이민자 통역원들이 간단한 상담부터 인력 신청과 인솔, 통역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군은 공생 사회를 꿈꾸며 기숙사를 지었다. 거창읍 대평리에 지은 4층 규모 농업근로자기숙사 개관도 앞두고 있다. 공공형 계절노동자들이 우선 입주해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는 18호실로 4인 1실로 운영되는데, 전국에서 제일 크다. 사무실·교육장·편의시설이 갖춰졌고, 방마다 주방시설과 세탁기·건조기도 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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